현대사회는 수명연장으로 인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만성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을 야기, 혈관질환의 유병률을 높인다. 혈관질환은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부터 말초 혈관까지 이어지는 전신질환으로, 혈관질환이 많다는 것은 관상동맥이나 대동맥질환, 뇌혈관 질환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관상동맥이나 대동맥질환 등으로 대표되는 심장질환은 과거, 고령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진료현장에는 20~30대 환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젊은 층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희대병원 김인섭 흉부외과 교수는 “과거, 70대 환자의 심장 수술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굉장히 긴장되고 부담됐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80대 환자는 물론 90세 이상도 수술실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수술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치료방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초고령 환자들로 인해 수술 시간은 빨라지고 수술 테크닉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날 심장혈관질환의 진료 트렌드는 초고령 환자는 물론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진료실을 찾은 30대는 협심증으로, 20대는 대동맥 박리로 진단돼 치료했다. 젊은 층에서 심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라고 지적했다.

심장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은 비만 외에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신부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질환으로 인해 유발되는 대표적인 심장혈관질환은 관상동맥과 대동맥질환이다.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과 심장에서 바로 나오는 대혈관인 대동맥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일컫는다. 관상동맥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구분되며 대동맥질환은 대동맥이 늘어나는 대동맥류, 대동맥 내벽의 손상으로 인한 대동맥 박리 등이 있다.

그 중 협심증과 대동맥박리의 발생이 최근 20~30대에도 늘고 있어 유념해야 한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의 혈관 내부가 좁아져 심장으로의 혈류가 부족해지는 허혈 증상이다.

혈액은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는데,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심장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져 가슴 통증을 유발한다. 흉통은 5분 이내로 짧다. 협심증 검사는 좁아진 혈관 부분을 찾기 위해 혈관조영술 및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데 상황에 따라 핵의학 검사, 심장MRI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협심증이 심해지면 심근경색으로 진행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의 혈류가 거의 막혀 심장근육에 괴사가 진행되는 상태다. 심근 괴사가 발생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근경색 증상도 가슴 통증이 주를 이루는데 협심증과 달리 30분 이상의 긴 흉통이 지속된다.

협착 정도가 적은 초기 협심증의 경우 시술보다는 약물치료가 우선 돼서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약 70% 이상으로 심할 경우 시술이나 수술이 고려된다. 혈관폐쇄의 경우 경피적 시술이나, 관상동맥 우회술 등의 수술이 시행된다.

경피적 시술은 국소마취 후 관상동맥 내에 기구를 삽입, 풍선 확장이나 스텐트로 좁아지는 혈관을 막는 방법이다. 가슴을 열지 않고 시술이 가능, 시술 시간도 짧다. 대퇴동맥을 통해서 작은 와이어를 넣고 혈관 확장 후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이 좁아지지 않도록 한다. 대부분 심장내과에서 혈관 촬영 시 병변 부위를 확인, 시술을 진행한다.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김인섭 교수는 “과거 스텐트 시술이 없었던 시기에는 수술적 치료가 주된 치료였으나 현재는 약 80~90% 환자에서 경피적 시술이 이뤄진다”며 “이식혈관의 장기 개통률과 스텐트의 장기 개통률은 큰 차이가 없으나 내흉동맥을 이식혈관으로 사용한 경우 장기 개통률은 스텐트보다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관상동맥 우회술에 사용하는 내흉동맥은 동맥경화 등의 혈관 병변이 거의 없다. 따라서 그 어떤 스텐트보다 장기적 혈류가 좋아 내흉동맥을 좌전하행지에 연결하는 것이 수술적 치료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좌주관상동맥 협착의 경우 스텐트 시술은 가능한 피하고 수술해야 한다.

흉부외과 김인섭 교수는 “환자가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나쁘고, 좌주관상동맥 협착이 있다면 경피적 시술과 수술적 치료를 같이 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고려한다. 좌전하행지에 대해 내흉동맥으로 우회수술을 하고, 나머지 혈관은 경피적 스텐트로 삽입하는 것이다”라며 “수술 시간을 줄여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합병증 발생도 억제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부위의 혈관은 스텐트 시술로 협착 부위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벽 손상으로 대동맥벽 내부로 혈류가 진입, 혈류 따라 혈관벽이 확장되면서 혈관벽 내층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심한 흉통이 발생한다. 찢어진 정도가 심하면,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

대동맥류는 증상이 거의 없어 국가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받는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대동맥 박리나 대동맥류는 대동맥 CT를 통해 주로 진단한다.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김인섭 교수 진료.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김인섭 교수 진료.

대동맥박리는 극심한 통증을 수반, 응급실 내원이 대부분인데 심장에서 바로 나오는 상행대동맥 부위의 박리증은 관상동맥 기시부까지 침범할 경우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고, 심장 주변의 출혈로 인한 심장압전(심장이 혈액에 눌리는 경우), 대동맥 파열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상행대동맥박리는 수술적 치료 외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대동맥 파열로 이어지고 급사할 수 있는 상행대동맥은 찢어진 부분을 절제하고, 인조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흉부외과 김인섭 교수는 “대동맥류는 인조혈관 치환술을 시행하거나, 경피적 시술로 인조혈관 스텐트를 삽입한다. 동맥류 부위가 너무 길게 있거나, 대동맥에서 머리로 가는 혈관을 침범한 경우 인조혈관스텐트 삽입술과 수술적 치료를 같이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식습관 관리, 적절한 운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령이거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분, 오르막길에 흉통이 있는 분들은 절대로 산에 가면 안 된다”면서 “등산하다 대동맥 박리,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들을 많이 봤다. 대동맥 박리증은 천천히 오는 게 아니고, 어느 한순간 혈관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므로 그전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우정헌 기자  medi@mediherald.com

<저작권자 © 메디컬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