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A씨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왼쪽 눈의 각막을 이식 받았다. 눈 앞 30cm 너머는 손가락을 셀 수도 어려울 만큼 시력이 안 좋았던 탓이다. 하지만 이식 후 면역억제 치료 등 각막을 살려 보려 애썼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런 그에게 다시 빛을 되찾아 준 건 인공각막이다. A씨는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인공각막을 이식 받고 시력이 0.4까지 회복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안과 정태영 교수팀을 주축으로 인공각막 이식수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인공각막은 실제 각막 대신 같은 효과를 내도록 유리나 플라스틱 등 투명한 재질의 소재를 얇게 깎아 만든 것을 말한다.

환자 눈에 고정시키기 위해 인공각막과 기증자에게 받은 각막 주변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인공각막은 A씨처럼 각막 이식에 여러 번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각막 이식을 했으나 이식실패로 수술이 거듭되면 갈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계에서도 각막이식 수술 후 실패한 환자에게 전층각막이식을 다시 시행했을 때 이식각막이 5년을 버티는 경우가 47% 정도로 보고 있다. 인공각막은 75%로 이보다 훨씬 높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제공)

또 각막 주변부가 불투명하게 변하더라도 시력에 중요한 중심부를 대신한 인공각막은 투명하게 유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정태영 교수팀은 각막을 이식 받고도 여러 번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나 일반적인 각막을 이식했을 때 각막생존율이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각막 이식수술을 시행 중이다.

정태영 교수는 “아직 국내 정식 수입 절차가 없어 널리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지만 각막이식에 여러 차례 실패해 좌절한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며 “환자들이 시력회복이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관련 술기를 더욱 다듬고 연구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정헌 기자  medi@medi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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